밀리터리

한국 육군에 장애물 개척전차를 배치하게 된 이유

SSSOII 2019. 3. 8. 07:00

 

장애물 개척전차는 앞 머리쪽에 강력한 장갑이 장착되어 있어서 기갑부대 선두에 서서 기동로를 개척하고 지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는 탱크를 말합니다. 미 육군에서는 강습돌파전차(Assault Breacher Vehicle)로 부르며 공격적인 느낌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아무튼 이 전차를 우리나라 육군에서도 보유하게 된 것은 좋은 소식입니다.

 

 

2018년 6월에 국산 장애물 개척 전차가 시험평가를 전부 통과하여 전투적합 판정을 받은 소식을 방위사업청은 전하였습니다. 이 시험평가 항목에는 실제 지뢰지대에서 통로를 개척하는 능력을 검증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2019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하여 2020~2030년까지 70여대를 배치하는 것이 방사청의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장애물 개척전차를 제조하는 현대로템에서는 고인이 된 정주영 회장이 1990년대 남북관계가 발전하게 되면 지뢰 제거가 가장 필요하기에 정부가 나서기 전 우리가 관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시하였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우리 회사가 기술을 축적해왔음을 밝혔습니다.

 

 

사실 전 세계 육군에서 장애물 개척 전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1년 걸프전부터입니다. 당시에 이라크군은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군의 공격에 대응하고자 각종 장애물과 지뢰로 '사담라인' 방어선을 구축하였습니다. 미 육군은 이 라인을 뚦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그러다가 찾게 된 방법이 미클릭(MICLIC, 줄에 폭탄을 줄줄이 단 폭탄)을 지뢰지대에서 터뜨린 다음, 특수 쟁기를 단 탱크가 진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장애물 개척 임무 전용의 탱크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육군에서도 장애물 개척전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미 1994년에 공병전차 소요제기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육군 지휘부에서는 전투용 탱크가 아닌 공병용 탱크를 비싼 예산을 들여서 살 필요가 없다며 그동안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2002~2002년 DMZ에서 서해선과 동해선 도로를 닦을 당시 군은 민간 장비를 빌려와서 지뢰를 제거해야 했습니다.

 

 

그후 방사청은 26년 만에 장애물 개척전차를 육군에 배치하게 됩니다. 2014년 현대로템과 함께 이 전차 개발 사업을 착수하였습니다. 여전히 논란이 있었지만 사업이 승인되면서 2020년에 장애물 개척전차가 일선 부대에 배치되기 시작하면 딱 26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장애물 개척전차는 선두에 출발하면서 장애물을 제거하고 진로를 열어주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또한 필요할 때는 민간인 통제선 지역이나 전방의 지뢰 위험지역에서 지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합니다. 장애물 기동전차에는 기본적으로 K1A1 전차 차체를 기반으로 하여 지뢰제거 쟁기와 굴삭, 팔, 통로표식 장비, 자기감응 지뢰 무능화 장비 등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K1A1 전차>

 

세 단계에 걸쳐서 지뢰를 무력화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일단 미클릭을 지뢰지대를 향해 발사합니다. 그러면 100m 구간의 지뢰를 단번에 파괴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장애물 개척전차가 움직이는 동시에 지뢰제거 쟁기로 묻혀있는 지뢰를 파내어 통로 옆으로 밀어냅니다. 흙과함께 쟁기 날로 지뢰를 떠내기 때문에 지뢰는 터지지 않고 제거됩니다. 이 세 단계를 거치면 장애물 개척전차를 따라 폭 4.2m의 지뢰 안전 지대가 만들어집니다.

 

 

 

또한 자기감응 지뢰는 금속물체가 접근하면 폭발하는 방식의 지뢰입니다. 자기감응 무능화 장비로 이를 제거하게 되는데요, 코일에 전류를 흘려서 강한 자기장을 생성하여 전방으로 이 자기장을 쏴 미리 터뜨리는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이 자기감응 무능화 장비는 5m 이상 앞의 자기감응 지뢰를 폭파할 수 있습니다.

 

 

전차 앞에 달려 있는 굴삭 팔은 바리게이트나 무너진 돌 등을 치울 수 있는데요, 민간용 굴삭기와 같이 브레이커와 집게, 버킷 등 다양한 부속장비를 탈장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안전통로가 개척되면 이 통로를 가리키는 봉을 자동으로 꽂아주는 장비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사람이 직접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르고, 안전하게 작업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